영업양수도에는 합병 같은 채권자 이의제출절차가 없다. 대신 상법 §42 상호속용 책임이 채권자 보호 기능을 대신한다.
영업양수도를 준비하는 실무자가 가장 자주 혼동하는 지점이 채권자 보호다. 합병에는 상법이 정한 채권자 이의제출절차가 있지만, 영업양수도에는 그런 절차 자체가 없다. 대신 상호를 계속 쓰는지, 채무 인수를 광고했는지에 따라 양수인이 양도인의 채무를 떠안는 상법 §42 책임이 작동한다. 이 차이를 모르고 딜을 진행하면 양수인이 예상치 못한 채무를 떠안거나, 반대로 채권자가 보호받지 못한 채 거래가 끝나버릴 수 있다.합병은 회사의 법인격이 소멸하거나 변경되는 포괄승계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통째로 바뀌는 셈이라 상법이 별도의 절차를 강제한다. 상법 §527의5①에 따르면 합병승인 결의일부터 2주 내에 채권자에게 1개월 이상의 이의제출 기간을 공고하고, 회사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는 개별적으로 최고해야 한다. 이 절차를 빠뜨리면 합병 자체의 효력이 흔들릴 수 있어 실무에서는 일정표에 반드시 포함시킨다.
| 단계 | 기한 | 내용 |
|---|---|---|
| 합병승인 결의 | 주총 결의일 | 합병계약서 승인, 절차의 기산점 |
| 공고·최고 개시 | 결의일부터 2주 내 | 불특정 채권자에게 공고,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 최고 |
| 이의제출 기간 | 1개월 이상 | 이 기간 동안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음 |
| 이의 처리 | 기간 종료 후 | 이의 있는 채권자에게 변제·담보제공·신탁 등 조치 |
이 표에서 보듯 합병은 결의일을 기점으로 2주, 1개월이라는 명확한 숫자가 법에 박혀 있다. 딜 일정을 짤 때 이 기간을 역산해서 합병 종결일을 확정하는 것이 실무의 기본이다.
영업양수도는 합병과 달리 개별 재산과 채무를 계약으로 이전하는 특정승계다. 법인격은 그대로 남고, 어떤 자산과 부채를 넘길지는 당사자가 계약서에서 정한다. 채무를 양수인이 인수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채무는 양도인에게 그대로 남는다. 채권자 입장에서 채무자가 갑자기 바뀌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상법은 합병처럼 일률적인 이의제출절차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문제가 생긴다.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사업의 실체(공장, 직원, 거래처, 상호)는 양수인에게 넘어갔는데 채무만 양도인에게 남아 있으면 변제 능력이 사라진 회사에만 채권을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바로 상법 §42의 상호속용 책임이다. 즉 영업양수도의 채권자 보호는 사전 절차가 아니라 사후적인 책임 귀속 규정으로 작동한다.
상법 §42①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해 제3자에게 발생한 채권에 대해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상호를 그대로 걸고 영업을 계속하면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회사가 바뀐 것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외관을 믿은 채권자를 보호하는 취지다.
예를 들어 양도인이 거래처에 5천만원의 물품대금 채무를 지고 있는 상태에서 영업을 양도했다고 가정하자. 양수인이 같은 상호로 영업을 계속하면, 그 거래처는 양도인뿐 아니라 양수인에게도 5천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 계약서에 "채무는 양도인이 부담한다"고 써두었더라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내부 약정일 뿐 §42①에 따른 대외적 책임을 막지는 못한다.
| 상황 | 양수인 책임 여부 | 비고 |
|---|---|---|
| 상호를 그대로 사용, 별도 조치 없음 | 책임 있음 | §42① 원칙 적용 |
| 상호를 바꾸고 영업 시작 | 원칙적으로 책임 없음 | 외관에 대한 신뢰가 없음 |
| 상호는 그대로, 채무 무책임 등기 | 면책 가능 | §42② 요건 충족 시 |
| 상호는 안 썼지만 채무 인수 광고 | 책임 있음 | §44 적용 |
상법 §42②는 양수인이 양수 후 지체 없이 채무 무책임 등기를 하거나,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 없이 제3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면 §42①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정한다. 핵심은 "지체 없이"라는 시점 요건이다. 영업을 넘겨받고 한참 지난 뒤에야 등기나 통지를 했다면 면책이 인정되기 어렵다.
상호를 바꿔서 §42①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상법 §44는 양수인이 양도인의 채무를 인수한다는 뜻을 광고한 경우, 상호를 계속 쓰지 않았더라도 양수인이 변제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를 넘겨받았다"는 공표를 믿고 거래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외관 신뢰 보호의 연장선이다.
한편 상법 §45는 양도인의 제3자에 대한 채무가 영업양도 또는 §44의 광고가 있은 후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을 양수인의 책임이 2년 뒤 사라진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양도인의 책임 존속기간이다. 즉 2년이 지나면 양도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지, 양수인의 §42① 또는 §44 책임이 그 시점에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병은 결의일부터 2주 내 공고, 1개월 이상의 이의제출 기간이라는 숫자가 법에 정해져 있어 일정 관리로 풀리는 문제다. 반면 영업양수도는 이런 사전 절차가 없는 대신, 상호속용(§42)과 채무인수 광고(§44)라는 사후적 책임 귀속 규정이 채권자 보호 기능을 대신한다. 딜 문서를 쓸 때는 상호 사용 여부와 등기·통지 시점을 실사 단계에서부터 점검해야 한다.
영업양수도 실사에서는 양도인의 기존 채무 목록과 상호 사용 계획을 함께 대조해야 §42 리스크를 놓치지 않는데, 데이터룸의 폴더 단위 권한 설정으로 채무 관련 문서를 필요한 담당자에게만 열어줄 수 있다. 채무 무책임 등기나 채권자 통지 처리 여부, 면책 요건 충족 여부 같은 확인 사항은 요청·Q&A 기능으로 실사팀과 법무팀이 하나의 흐름에서 추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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